Saturday, March 1, 2008

추성훈, 한국인, 외국인, 교포

숨겨진 사연

미국에 사는 재미 교포들, 특히 LA같이 큰 한인 사회안에서는 아무래도 차별이라던가 이민자로서 격는 고통이 재일 교포들이나 다른 곳에 비하면 덜하겠지만 그안에서도 받는 차별, 하루하루 격는 고통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것들이 많다.

한국에서 퇴학계를 내고 마지막수업을 받고 나올때 친구하나가 그랬다.
윤군: 미국 간다고? 다시 올거냐?
가인안: 와야지.
윤군: 제일 성공하겠군.
가인안: ???

그가 무슨 뜻으로 그 말을 했는지 그때는 전혀 몰랐다. 커가면서 알게된 사실은 외국, 특히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 다 잘살게 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어불성설.

한국에서 영어 바람이 분다지만 일상생활에 영어를 못한다고 큰 문제가 될게 없다. 하지만 외국으로 떠난 이민자들과 유학생들에게는 미국에 살면서 영어가 딸린 다는것은 불편하고 때로는 차별이 대상이 될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무슨 직업을 가졌던 이민을 와서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할수 있는 일들은 그리 많지 않다. 텍사스에 있을 때 어떤 분이 왜 그많은 한국인들이 LA에 모여 사는지 알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들에게는 그다지 선택이 없다는것을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이시다.

내 주위에는 부모님을 비롯하여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두 딸을 키우시는 어머님, 마켙에서 김치와 반찬을 담그며 고생하시는 손주가 계신 할머님들, 예순에 나이에도 야간 경비를 나가시는 아버님, 단아하시던 모습 다 버리시고 최소임금을 받으시며 미싱앞에서 하루 10간이 넘게 일하시는 어머님들, 아침에는 펜스를 오후에는 수영장청소를 주말이면 페인트칠을 하시는 아버님, 일년 열두달 하루도 쉬지 못하시고 하루 16시간을 가게에서 보내셔야 하는 부부, 그리고 아픈 자식에게 가진 돈 다 보태시고 이제는 정부보조금이 부족해 하루종일 빈 병들과 빈 깡통을 모으시려 다니시는 할머님등, 윤모군이 말한 잘사는 재미교포는 한국에서 부터 잘 살았던 일부 친구들을 제외하면 거의 하루하루 고달프게 사는 분들 투성이다.

그들에게는 영어를 배울만한 여건도 되지 않을 뿐더러 그들에게는 하루하루 사는것조차 익숙해 지기 전까지는 고통이다. 더이상 힘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익숙해져서 desensitize가 되어서 그냥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많은 이민자들에게 고국은, 자식은, 그리고 가진 재산은 여러 의미로 중요하다. 어르신들이 모이셔서 그다지 크게 상관이 없을것같은 한국 소식에도 마음 아파하시고 때로는 말도 안돼는 엉터리지만 진지하게 소담을 나누시는 것도 모두 이민자이건 재미, 재일 교포이던... 어디에 살던간에 우리모두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자식들 역시 이민 생활이 쉽지는 않다. 학교가 재미없고 억울한 일을 당하고 분한일이 있을때 청소년기에는 그걸 넘기기가 쉽지않다. 특히 그것을 표현할 능력조차 없다면 더 분한일이 있을까 쉽다. 내 주위에는 정말 능력이 있었지만 청소년기에 이민생활을 극복해 내지 못하고 삐뚤어진 친구들이 많다. 그들이 한국에 있었다면 어떻게 자랐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추성훈 선수가 겪은 한국에서의 서러움. 조금은 남의 일같질 않다. 이 미국에서 조차 학교안에서 영어를 하는 미국인 같은 한국사람들도 있고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않되 고스란히 한국인으로 살아 가는 친구들도 있다. 전자중 사고방식까지 미국화 된 친구들을 빠나나라고 우린 통칭했고 아직 누가봐도 한국인이지만 영어로 소통에 불편이 없는 친구들은 곧잘 부러움에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무론 후자에 속하는 한국적 재미교포는 F.O.B.이라 불리우며 때로는 불이익을 격기도 한다. F.O.B를 벗어나기 위한 피나는 노력도 때로는 필요하기도 하지만 거의 이민 생활을 오래하며 한국인도 그렇다고 미국인도 아닌 글자그대로 1.5세가 되기도 한다.

1.5세들은 단순히 2세와 1세의 사이가 아니다. 그중에는 1.99세들도 1.75세들도 그리고 1.01세에 속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적응하고 변하는가는 개인에게 달려있지만 중요한건 대부분 어중간한 상태로 이민생활을 계속해 나간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느낀 것은 그런 대다수의 1.5세들이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외국인으로 한국인들 특히 한국적임을 만히 가지고 있는 1세난 같온 이민자들에게는 한국인으로 취급받질 못할 때가 있다는 사실이다. 부모님에게 솔직히 털어놓지 못하고 꾹참고 성장해야만 하는 고통중의 하나다. 그때마다 잊질않고 살아야 하는 것은 그래도 우리는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나도 그런 경험을 자주 해 봤는데... 솔직히 서럽다.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표현하는 친구들도 봤지만 사실 고통스럽지는 않다. 한국에 있었어도 그어디에 있었어도 삶이 힘들지 않은 곳을 없을 테니. 하지만 나를 이루는 한 부분인 동포에게까지 차별을 받을 땐 서럽다. 때로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추성훈선수 가족들의 경우는 부산시청에서 선수로 뛰던 그 한국에서의 시절이 얼마나 기대에 찼었으며 또 그만큼 실망하고 서러웠을지 상상조차 가질 않는다. 그가 일본으로 돌아가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그 결정을 내렸을지, 또 다시 추성훈으로 秋山成勳으로 한국땅을 밟았을때까지 그가 참고 견디고 또 사랑한 마음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도 힘들다. (우왕~ 성훈이형 화이팅)

남가주를 떠나 처음 미중부에서 다시한번 외국인 취급을 받을때 내 방안에는 두명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피츠버그의 하인즈 워드의 사진과 그가 어머니에 대해 말한 인터뷰를 담은 SI페이지들 그리고 추성훈선수의 '유도 최고'의 사진이었다.

하인즈 워드의 어머님에 대한 인터뷰에서 공장에서 고생하고 계실 어머님 아버님이 떠올랐고 추성훈 선수를 보며 어떠한 차별에도 최고의 clinician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들이 한국인으로 열심히 노력한 만큼 나 역시 한국인이기에 긍지를 가질수 있었고 힘이 되었다.

몇년전 피츠버그를 응원할때 반친구 하나가 물었다.
JM: 넌 언제부터 스틸러스 팬이 된거냐?
가인안: 우리 형제가 뛰고 있쟎냐~!
JM: 누구? 동양인은 안보이는걸?
가인안: 하인즈가 한국인인걸.
JM: 그래서 스틸러스를 응원한다구?
가인안: 물론이지~! 같은 한국사람인걸!

하인즈 워드선수가 가 추성훈 선수가 자랑스러운건 단지 한국에 사는 한국인에게만 그런것이 아니다. 세계 어느 곳에 있던 한국사람이라면 국적을 떠나, 한국인 모두에게 자랑스러울 뿐이다.

1 comment:

justhumanbeing/yojungah@naver.com said...

우연히 들어오게되었는데.. 순간 '내가 썼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 마음과 똑같은 글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댓글을 남겨요.

혹시 지금 한국에 들어오셨나요? 들어오셨으면 아실텐데.. 아직도 한국엔 미국에 대한 인식이 여전해요. 이젠 영국이나 호주, 뉴질랜드나 캐나다까지 그 영역이 확대된것 같네요. 다녀오면, 혹은 가면 다 잘될 것 같고, 그렇기에 떠나는 사람들을 마냥 부러워 하는 분위기. 허허..

저의 경우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지내고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실진 모르겠지만- 전 들어오면 그래도 괜찮을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오히려 유년기 시절을 그쪽에서 다 보내서 그런지 가치관이나 생각들이 잘 맞지 않을때가 많아요. 그래서 다시 갈까 생각 중에 있고요.

어쨌든.
블로그 관리를 더이상 안하시는 것 같아 이 댓글을 보실지 의문이지만.
정말 너무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날 줄 몰랐고, 그 똑같은 생각에 위로를 받았기에 감사한 마음에 몇자 적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