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anuary 12, 2008

천재는 2명뿐이다. 나는 천재가 아니라 노력형일 뿐.

한동안 몸을 담았던 도장의 노 사범님은 3단 이셨다. 까마득한 후배들과 제자들이 5, 6단을 훌쩍 넘어 7,8 단을 노리고 있을때에도 자신의 검도는 3단, 딱 남을 가르키기 알맞는 단에 머무셨다. 칠순이 훌쩍 넘으신 나이지만 우리와 함께 운동을 하시는게 힘이 드실텐데도 여지간해서 거르시는 적이 없는 분이셨다.

영화나 만화 처럼 나이를 먹어도 날아다니시는 '사부'님들처럼 몸을 놀리시지는 못하셔도 일일이 모또다찌로 받아주시고 가까리 게이꼬, 지 게이꼬도 물러서지 않으시고 동참해 주셨다. 그분께 맞았을때, 특히 머리치기를 원거리에서 깨끗히 쳐오시는 머리는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한 감동이었다. 내가 사범님의 나이에도 이걸 해낼수있을까라는 의문도 들고. 빠르게 움직이거나 속임 모션으로 손목 따위를 따내도 결코 기분이 좋지는 않다. 코등이 싸움을 하고 있으면 가끔 내 속내를 아시는지 웃으시고 연습이 끝나 인사를 드리면 그런날은 검도에는 단도, 체급도, 나이도 검은띄도 없어서 좋다고 하시던 생각도 난다.

그연세면 주위에서 단을 높이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지겹게도 들으셨을만 하다. 지도 사범님의 말로는 협회에서 단을 올려주겠다고 하지만 매번 거절하셨다고 한다. 실력이 없는데 단수만 올라가봐야라는 말씀이시며 3단도 가르치는데 필요한게 아니면 내게는 무리라고 하셨다고 하는 도장전설도 있을정도.

대학을 졸업하고 중부로 떠난지 6개월째 타 도장에서 훈련하는 이로부터 얼마전 돌아가셨다는 얘기에 놀랬던 적도 있다. 한참의 후배인 지도 사범님께도 상석을 양보하시던 분. 언제나 지도 사범님이 친구같이 연습후면 함께 맥주한잔을 하러 갔었는데 라는 말에 조금은 맘이 서글퍼 지기도.

갑자기 이 사범님이 생각난건 다름이 아닌 이창호 9단의 일 때문이라.
검도와 바둑은 갑자기 왜 라는 생각도 들겠지만, 그 이유는 바로 9단이라는 단어때문일테다.
오랬동안 죽도를 잡아왔지만 9단이신 선생님은 한분도 못뵈었다. 사실 지금 8단인 선생님이 계시긴했지만 그분께 지도를 받을 때에는 그 사범님도 7단 이셨다.

단이란 일본에서 영향을 받은걸로 알고 있는데, 9단이면 더이상 올라갈 단이 없는 상태, 검성이라 불리우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10단이면 검신으로 친다고 들었다), 바둑은 생각보다 9단이 많은 편이라 나도 모르게 여러 생각을 하던중 이창호에게 관심을 두게 되었다.

바둑에 별 관심이 크게없는 나지만 조치훈,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이라면 물론 알고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어릴적 TV난 라디오에서 줄곧들은 조치훈과 조훈현은 아, 이들은 세계에서 알아주는 바둑 천재들이란 생각이 들었을 정도.

어떤일에도 9단은 커녕 3단도 어울리지않게 한우물을 판적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9단이란 호칭이 감이 잡히지가 않고 있다. 하지만 가끔 세상의 눈과 비평을 초월, 적개심이나 부러움이 느껴지지않을정도로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을 갖춘이들을 접하게 되는데 읽은 대로라면 이창호 기사도 역시 9단이란 수식이 어쩌면 너무나 잘 어울리는 프로가 아닌가 쉽다.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받고, 적이 지고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사람됨을 칭찬하는 이창호 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9단의 세계가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한다.

익을수록 숙인다고 했다. 겸손을 떠는게아닌 매너리즘을 초월하는 모든이를 존중하는 겸손은 본받을 만하다. 끝없이 노력하는 자세는 더욱더 그렇다. 예전에 새벽3~4시까지도 바둑을 공부했지만 요즘은 나이가 먹어서 1시까지는 자려고 한다는 말이 세계 랭킹 1위의 자세라는게 믿어 지질 않을 정도다. Humble하고 meek한 그의 자세는 충분히 배울만하다.

참고: 재미이본검도협회에선 3단 이하는 다른 단원들을 지도하는 일을 금하고 있다. 사범이나 범사, 또는 한시가 되려면 최소한 3단을 가추어야한다. 흔히 단원이 있지만 Officially 사범이 없는 도장도 있다. 특히 미 중부나 북부의 도장들, 일부 대학들의 팀들은 이런 일이 흔해, 재미검도협회에 사범을 보내달라고 요청을 할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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